[WORK][퇴사 인터뷰] 비영리를 위한 새로운 미디어를 만드는 이찬우님

2018-10-06

퇴사 인터뷰?

"찬우님, 퇴사 인터뷰 어때요?"

생각해보니 바쁘게 일하느라 함께 일한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우리 조직과 만났는지, 성장한 것은 무엇이고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퇴사한 동료를 붙잡고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누구나데이터의 시작을 함께 한 이찬우님을 만났습니다. @비오는 날, 합정동 어느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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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님,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찬우입니다. 누구나데이터에서 디지털마케팅 분석 컨설턴트로 일했고요. 퇴사 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찬우님이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해요.


누구나데이터를 다니기 전에는 약 3년 반 정도를 시민단체 활동가, 상근자로 살았어요. 그전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연습실 생활을 했구요. 음악 공부를 하려고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어요. 


음악을 하신 줄 몰랐어요. 음악전공을 하신거예요? 


네. 실용음악과에 입학했어요. 한국 대학에서는 전통음악이나 클래식이 아니면 모두 뭉뚱그려 실용음악이라고 부르는데, 실용음악 보컬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오랜 노력 끝에 들어간 학교 생활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연습 시설 등의 인프라도 열악했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단체로 기합을 주는 등의 학과 특유의 군대식 문화가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학교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어요. 당시에 후원하고 있던 단체가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것도 '총회'라는 민주적 절차 등을 통해서 말이죠. 당시에 '안타깝다' 정도의 감정만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하여 무언가 행동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전에는 없었거든요. 학교와 대비점이 더 커보이면서 어느새 몸과 마음이 시민단체쪽으로 향해 있더군요. 


시민단체 활동이 찬우님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었네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갖게되신 건가요?


시민단체의 부족한 재정, 인프라, 시스템 속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2016년 총선에서 세월호 등 큰 이슈들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싸웠던 진보진영 단체나 정당들이 엄청난 패배를 하는 것을 보고 고민이 더 커졌어요. 시민단체들이 정책을 만들고, 입장을 내어도 그것을 알릴 매체나 수단이 많지 않아요. 어쩌다 일부 정치인이 받아주지 않는 이상은 눈에 띄기 위해 큰 퍼포먼스를 벌여야 하고요. 퍼포먼스를 벌여도 기사 한 줄 실리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트래픽이 높지도 않았어요.


근본적인 고민들이 많이 생겼어요. 외부 미디어에 기사 한 줄 실리는 것이 운동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페이스북 '좋아요' 100개 받으면 잘 한 건가? 등의 고민 말이에요. 새로운 유입도 적고 그중에서 실제로 후원으로 연결되는 비중은 더 적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6년 총선 이후에는 웹진을 통한 콘텐츠 마케팅을 시도해봤어요. 간헐적으로 트위터에서 1만 리트윗, 페이스북에서 공유 수백개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이후를 모르겠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더 잘하는 건지, 콘텐츠만 잘 만들어 내면 되는 건지...


그러다 우연히 자유님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어요. 자유님과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서 입시경쟁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했던 대학입시거부선언에 같이 참여하면서 알고 지냈어요. 아는 분이 전문가라니까 당장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죠. 그 때부터 자유님께 조언을 얻어가면서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누구나데이터에 합류하게 되신 거에요?


자유님이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관련하여 자료도 보내주시고 과외도 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요. 막상 혼자서 하려고 하면 실무경험이 없으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그러다가 2017년 여름 즈음 자유님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비영리단체 등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에 집중해서 마케팅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하셨고 저도 관심의사를 표했어요. 자유님이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누구나데이터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일을 해보니 어땠어요?


분석파트는 강의에서 듣는 내용과 실무의 갭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실무를 하면서 체득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았어요. 


누구나데이터에서 했던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데이터 분석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누구나데이터는 특히 디지털 마케팅에 필요한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에요.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당연히도 먼저 원하는 데이터가 잘 쌓일 수 있도록 해야겠죠?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고객사들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단계는 아니고, 주로 데이터 분석 솔루션으로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구축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데이터 수집 구현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솔루션으로는 주로 Google Analytics, Hotjar, Google Optimize 등을 활용했어요. 구축 이후에는 각 분석 툴에 대한 교육 컨설팅,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광고 툴인 페이스북과 구글 애드워즈 활용 팁을 드리는 등 디지털 마케팅 전반에 관한 백과사전 역할을 했어요.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어요?


구축 업무(데이터 수집 구현)를 위해서는 웹개발 언어를 알아야 하는데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시작해서 많이 더디었어요. 업무하랴 코딩 공부하랴 바빴던 것 같아요. IT 분야로 와보니 공부 방법도 바꿔야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책 한 권을 목차대로 공부한 뒤 열심히 외워서 시험을 보러 가잖아요? IT 분야에서는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되더라고요. 평생 몸에 배어있던 공부 방법과 관점을 바꾸는 게 가장 큰 일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투자한만큼 실력이 느는 것 같기는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오히려 다른 업무보다 개발 작업(데이터 수집 구현)이 가장 편해졌어요.


코딩의 어려움이 지나가니, 컨설팅과 교육 업무도 잘 해내야 했어요. 이는 한국의 분석시장이 많이 발전하지 못한 점과도 관련이 있어요. 데이터 수집을 위한 솔루션 구축과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각각의 전문 영역이라서 세분화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소수의 담당자들이 모든 업무를 해야하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누구나데이터에 있는 동안 솔루션 구축은 물론이고 조직 내 데이터분석의 프로세스를 내재화 할 수 있도록 담당자 교육, 그 밖에 마케팅 전반에 대한 컨설팅까지 모든 포지션을 다 해야 했던 것 같아요.


또 에이전시 특성상 고객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으면 제가 먼저 공부하고 쉬운 자료로 만들어주고, 고객의 니즈와 일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다보니 스스로 속도와 역할을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프로세스 내에 있다보니 글을 읽는 습관도, 업무를 하는 습관도 기존과는 많이 달라져야 했던 거 같아요. 결국 자기 개선이 필요해진 거죠.


고군분투했을 것 같아요. 누구나데이터에서의 경험이 찬우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나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이 생겼어요. 여러 고객사와 일하다보니 획득할 수 있는 정보량이 혼자 할 때와는 다르게 엄청나더라고요. 또 꼽아보자면 어떤 파트에 던져 놓아도 한두달 공부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다르게 말하면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누구나데이터 안에 있을 때는 업무 마감에 대한 압박감이 커서 자신감이 많지는 않았어요. 기술-정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끊임 없이 공부해야 하기도 했고요. 퇴사를 하고 보니 IT와 마케팅과 관련하여 제가 이해하고 있는 범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공부의 효율이 예전과 정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데이터 분석은 어떤 분야와 접목 시켜도 응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활용성이 큰 것 같아요.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누구나데이터에서 접하는 정보량이 정말 많고 빨랐어요. 다른 일을 했으면 1년 동안 이렇게 많이 접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데이터 중심으로 의사결정하자'는 합의 아래에서 프로세스 관리 훈련을 받았기에 가능하기도 했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구호단체 옥스팜 코리아 컨설팅을 할 때 공부도 할 겸 해서 원래 의뢰 받은 과업 범위 이상으로 거의 모든 요소에 태깅(방문자 데이터 수집을 위해 사이트에 코드를 삽입하는 일)을 진행하고, 데이터 또한 조회가 용이하도록 사전에 세분화 해뒀어요. 담당자 분께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보시고 고마움을 많이 표현해주셨는데 그 때 뿌듯하고 만족도가 높았어요. 이후 혼자 컨설팅 다니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분석 컨설팅이라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었던 성취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퇴사 이후 준비하고 계신 새로운 일 이야기도 해주세요. 


'가치중심의 네트워크 통합 미디어'를 기획하고 있어요. NPO, NGO에게 특화된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가 무엇이 있을지 계속 고민을 해왔는데요, 항상 비슷한 문제와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은 소수의 담당자들이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있는데, 이미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는 분들에게 점점 더 고도화 되어 가는 마케팅 기술까지 배우라고 요구하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이후 데이터 활용까지 모두 담당할 수 있는 미디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미디어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긴 했지만, 아직 마케팅 관점에 따라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곳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사회 변화를 주장하는 콘텐츠의 총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메시지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모든 과정에는 마케팅의 문법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 운동에 여러 마케팅 방법론들을 도입하는 실험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보려 해요.  아마 ‘대안언론’ 보다는 ‘콘텐츠 마케팅 기업’에 가까울 거 같네요. 이 모델을 통해서 현 사회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고민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가치중심의 네트워크 통합 미디어라면 어떤 주제의 콘텐츠가 담길까요?


키워드로 말하자면 평화, 평등, 생태, 페미니즘, 노동, 다양성 등을 다룰 거예요. 어떤 이야기는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다루는 이야기일 수 있고, 어떤 이야기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직접 하게 되나요?


오리지널 컨텐츠, 큐레이팅 컨텐츠 모두 생각하고 있어요. 둘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진행해봐야 판단이 설 것 같아요. 1년 정도 채널을 성장시키며 데이터를 빌드업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을 개발할 생각이에요.


찬우님의 오랜 바램이 담긴 발걸음 응원하고 있을게요. 혹시 론칭 일정이 잡혔어요?


올해 중 론칭하는 것이 목표인데, 기획에 따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지금 하고 계신 데이터분석이나 미디어 플랫폼 외에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에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각 분야의 ‘프로메테우스’가 절실한 상황이지 않나 싶네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특정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인류 전체가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으니, 이들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공유 관점이 NPO-NGO 주장의 기본 관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결국 이러한 관점들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이 섹터로 ‘불’을 열심히 날라주는 프로메테우스들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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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찬우님. 멋진 일을 해내고 있는 그를 응원합니다.



인터뷰+정리
정성 | 누구나데이터 Product Story Manager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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